2012-01-26

왜 우리는 벌써 4K에 주목하는가?

왜 우리는 벌써 4K에 주목하는가?: [지디넷코리아] 하드웨어가 닭이면, 소프트웨어는 달걀이라는 말이 있다. 하드웨어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다.

대표적인 예가 3D TV다. TV 제조사들은 2007년부터 프로젝터를 시작으로 3D 영상장비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2009년에 영화 ‘아바타’라는 걸출한 3D 영화가 등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풀HD에 뒤를 잇는 차세대 해상도로 등장한 4K(4096x2160) 역시 대중화가 그리 오래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록 지금은 소비자가 사거나 구할 수 있는 그 어떤 콘텐츠도 없지만 말이다.

■4K란 무엇인가?

4K는 풀HD의 해상도보다 가로 세로 각각 약 두 배씩 확장된 픽셀로 영상을 구현한다. 기존 풀HD가 1천920, 세로1천80개의 점으로 영상을 표현했다면, 4K는 가로 4천96개, 세로 2천160개의 점을 가지고 있다. 콘텐츠만 뒷받침된다면 보다 세밀하고 높은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전 세계 보급된 TV의 대부분은 4K는커녕 HD 화면에도 못미치는 SD급(720x480)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반면 방송은 HD방송장비의 급속한 보급으로 인해 풀HD(1920x1080, 1080i) 영상을 송출한다. 블루레이라는 저장 매체도 대중화가 이뤄졌다. 덕분에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대형 평판TV의 보급은 우리나라를 비롯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눈부시게 보급되고 있다.
▲ 풀HD와 쿼드HD 그리고 4K 해상도의 크기 비교
이러한 상황에서 4K TV의 보급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4K TV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일정 부분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초 개최된 CES2012에서 UD(Ultra Definition)라는 새로운 정의와 함께 4K TV를 전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사 사이에서도 4K는 아직 완벽한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동일하게 4K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최소 5개 이상의 상이한 해상도가 존재할 정도다. 단적인 예로 소니 소포츠는 일반적인 4K보다 세로 30픽셀이 더 많은(4096x2190) 픽셀을 채택하고 있다.

가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HDMI 케이블은 공식적으로 2가지 4K 규겪을 지원한다는 점도 주목할만한 요소다. 하나는 앞서 설명한 4096x2190 해상도 이외에 풀HD와 같은 16:9 비율을 갖춘 쿼드HD가 있다.

■4K의 기원은 영화

4K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곳은 영화계다. 조지 루카스의 장편 영화 ‘스타워즈’ 중 나중에 만들어진 전편 3부작 은 마치 차세대 디지털 영상의 실험 무대와도 같았다. 그는 90년대 말 제작한 스타워즈 1편 ‘보이지 않는 위험’에서 최초로 부분적인 HD 촬영을 시도했다. 이후 2편인 ‘클론의 역습’에서는 완벽한 디지털 풀HD급 촬영을 시도했다. 특히 2편은 나중에 블루레이로 출시돼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풀HD급 영상만으로는 거대한 극장 화면을 또렷하게 채우기 어려웠다. 실제로 극장 앞줄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다소 부드럽거나 혹은 계단 현상을 경험해야 했다.
▲ 풀HD와 쿼드HD 그리고 4K 해상도의 크기 비교
이후 영화계에서는 보다 풀HD급 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지면서도 각 극장에 원활하게 상영할 수 있는 표준화 요구가 일기 시작했다. 2002년 주요 영화 제작사들이 구성한 디지털 시네마 이니셔티브(DCI) 기술 콘소시엄이 그 시발점이 됐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2K 해상도에 대한 표준안이 먼저 채택됐으며, 이후 2005년 말 4K 해상도가 추가된다.

세계 최초로 4K 해상도를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은 2007년에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파이널컷’이다. 1982년작을 새롭게 4K 화질로 재탄생한 이 작품은 결국 상영관 문제로 인해 아주 적은 곳에서만 개봉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후 4K 상영관이 급속하게 생겨나기 시작했고 국내서도 대부분 극장들이 이러한 디지털 상영관을 갖추게 됐다.

3D 영화에서 4K 해상도는 더욱 현실감을 더한다. 이는 올해 CES2012에서 LG전자의 주장과도 같다. 4K 해상도로 제작된 영화 ‘아바타’가 집에서 보는 3D TV에 비해 생생함이 더 큰 것은 화면 크기의 문제 이전에 해상도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 4K 대중화 시점은 언제?

4K는 우선적으로 화면이 커야 한다. 미국의 한 업계 전문가는 영상장치가 4K 해상도를 TV가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화면 크기가 55인치 이상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다수 4K TV 제조사 역시 60인치 이상 제품을 내놓았다.

문제는 TV가 화면이 커질수록 판매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중화된 LED 백라이트 TV 조차도 55인치 이상 고가 제품의 경우 여전히 수요가 제한적이다.

4K TV에 가장 적극적인 LG전자와 도시바는 연내 4K TV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 제대로된 4K 콘텐츠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가 내세운 주요 구매 포인트는 기존 풀HD로 제작된 3D 영상을 4K TV로 시청할 경우 3D 영상의 사실감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LG전자의 필름편광패턴방식(FPR) 3D의 경우 4K TV에서 양안에 완벽하게 풀HD 해상도를 제공함으로써 논란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다.
▲ 4K TV가 풀HD 해상도를 미뤄내고 대중화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55인치 크기의 무안경 3D를 지원하는 4K LCD 패널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구체적으로 보면 3840x2160의 쿼드 HD 해상도를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4K TV를 전시했지만 구체적인 출시일정은 아직까지 갖고 있지 않다.

이밖에 소니는 4K TV 제품 대신 가정용 4K 프로젝터를 내놓았지만 수요가 적어 주문 판매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JVC는 지난해 기존 풀HD 해상도 콘텐츠를 4K로 업스케일 할 수 있는 프로젝터를 선보였지만, 반대로 4K 해상도를 가진 콘텐츠는 재생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TV 제조사들의 입장이 상이한 것은 바로 4K 콘텐츠 부족 문제에 기인한다. 4K 해상도를 일찌감치 받아들인 영화 정도가 그나마 기대해볼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지만 한계점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기본 해상도로 촬영되는 영화들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4K 영화가 가진 막대한 데이터를 옮기는 저장 매체와 이를 재생할 수 있는 장치도 여의치 않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장비를 모두 교체해야 하는 방송 역시 수년안에 4K 방송에 돌입하기는 쉽지 않다. 게임은 제작비 문제로 인해 아직까지도 풀HD 해상도 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TV 제조사들이 시장 확대를 통해 4K 콘텐츠 양상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현재로써는 가장 큰 숙제다. 그러나 전례를 보면 그리 불가능해보이지만은 않는다.

3M 연구소 데이브 램 박사는 “4K는 수확 체감점에 와있다”며 “현재 풀HD와의 간극이 너무 넓은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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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6

IBM, 공기로 전기 발생하는 배터리

IBM, 공기로 전기 발생하는 배터리: [지디넷코리아] 공기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일명 ‘리튬에어배터리’의 시제품이 내년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앞으로 수년 이내에 가장 많은 배터리 사용처로 떠오르게 될 전기자동차를 위해 개발 중인 이 배터리를 사용하면 재충전 없이 약 500마일(804km)을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美씨넷은 13일(현지시간) IBM연구소가 리튬에어배터리를 실험실에서 테스트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도했다. IBM연구소가 배터리500프로젝트를 통해 개발 중인 이 배터리는 중금속 탄소산화물을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발생하는 원리를 사용한다.

씨넷에 따르면 이 제품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1천배 많은 에너지를 집적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불안정성이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왔다.
▲ IBM연구소가 개발중인 리튬에어배터리. 산소가 배터리에 유입되면 전기가 발생되는 원리다. 재충전없이 약 804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
과학전문웹진인 뉴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IBM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블루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전기화학적 반응을 분석한 결과 재충전하는 동안에는 전기분해가 일어나지 않는 전해질(전기를 전달하는 물질)을 찾고 있다.

IBM은 내년에 시제품을 선보인 뒤 2020년경에 실제로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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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Play

B&O Play: 이런, AirPlay 지원 스피커네요..
'via Blog this'

NeXT 이후 15년

NeXT 이후 15년:

RoughlyDrafted Magazine

Daniel Eran Dilger in San Francisco



Apple’s 15 years of NeXT

December 21st, 2011



15년 전, 애플은 넥스트 소프트웨어 인수를 발표했었다. 결국 20년 전 공동창립했던 회사로 스티브 잡스를 복귀시킨 인수였다.



애플의 넥스트 인수 이후 15년이 흘렀고, 애플은 이제 완전히 기업으로서 재탄생하였다. 넥스트 출신의 간부진과 엔지니어를 포함하여 잡스가 이끄는 새로운 경영팀이 완전히 새롭게 애플을 바꾸는 동시에 넥스트의 신기술과 방향을 얻어내면서 말이다.



NeXT before Apple



애플이 넥스트를 인수하기 이전, 넥스트 소프트웨어는 1993년 하드웨어 사업을 갑자기 철수한 이래 자신의 진보적인 운영체제 기술을 어떻게 판매할 수 있을지 힘든 해를 보내고 있었다. 이미 넥스트는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넥스트 컴퓨터 시장을 충분히 확보하는데 실패한 바 있었다.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3년을 거친 넥스트는 선(후에는 HP)과 파트너쉽을 맺어 오픈스텝(OpenStep) 계획을 발표했다. 오픈스텝은 넥스트스텝 운영 및 개발환경상에 구축해 놓은 개방형 스펙으로서, 선의 솔라리스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N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운영체제상에서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선과 HP 모두 결국 넥스트와의 파트너쉽에서 물러나게 된다. 선은 자바에 집중하고 HP는 애플과 IBM의 탈리전트(Taligent)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탈리전트는 넥스트 기술을 그대로 복제한 기술 프로젝트였다.





넥스트는 또한 넥스트스텝의 객체지향 개발툴로 다이나믹한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툴인 웹오브젝트(WebObjects)도 개발했다. 잡스는 웹오브젝트를 넥스트의 핵심 자산으로 여겼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점차 지배해가고 있는 시장에서 써드파티 대안형 운영체제를 팔 효율적인 방법으로서 웹오브젝트를 택했기 때문이다.



Apple before NeXT



1996년, 애플은 이제 윈도 외에 살아남은 유일한 주요 컴퓨팅 플랫폼이었고, IBM의 OS/2와 선의 솔라리스, BeOS, 넥스트스텝과 같은 대안형 라이센스 OS와는 달리 직접 매킨토시 하드웨어를 판매했기 때문에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안형 라이센스 O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인 라이센스 계약에 종속적인 PC 시장에서 충분한 수의 구매자와 개발자를 끌어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아직 남아 있다고는 해도, 애플의 상황 역시 좋지 않았다. 원래의 매킨토시 운영체제를 현대화시키려는 애플 스스로의 노력은 실패했고, 컴퓨터 업계에서도 지위를 잃어가고 있었다. 애플은 IBM(후에는 HP)과 연합하여 넥스트스텝-류의 시스템인 탈리전트를 개발하고, 스스로도 코플랜드 운영체제를 시도했지만 그 어떠한 노력도 실제 제품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애플은 아직 실험적인 운영체제였지만 매킨토시 라인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Be와 협상을 시작했다. 단 BeOS가 맥 하드웨어에서 이미 돌아갈 수는 있었지만, 기존 맥오에스의 대체용으로 팔 수 있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고 출력 아키텍쳐와 같은 핵심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았다.



애플을 되살리기 위해 영입됐던 당시 애플 CEO인 길 아멜리오(Gil Amelio)는 넥스트를 조사했다. 급속도로 나이를 먹어가는 맥오에스를 대체할 완성되고 입증된 데스크톱 OS로서, 또한 관련 개발툴인 웹오브젝트와 적당한 기업시장을 갖고 있는 곳이 넥스트였다.



당시 맥 사용자들은 넥스트보다 Be에 더 친숙했다. BeOS의 소비자/취미가를 향한 집중도 그렇지만 잡스가 애플을 떠난 이후 애플이 넥스트의 소비자시장 진출을 계약으로 막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잡스는 애플을 나갈 당시 주요 애플 엔지니어를 같이 데리고 나갔었다. 하지만 아멜리오는 넥스트를 확신했다. 1년 정도면 "랩소디" 전략상 넥스트스텝을 돌리는 맥을 출하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Apple + NeXT



1996년 12월20일, 애플은 4억 2,900만 달러의 현금과 150만 주를 잡스에게 주고 넥스트 인수를 발표하여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더군다나 잡스도 인수 이후 애플에 고문으로 들어왔고, 넥스트의 웹사이트는 애플의 인수를 "합병"으로 묘사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배받는 개인용 컴퓨터 업계는 넥스트 인수 후에도 애플을 주요 업체로 취급하지 않았다. 애플이 재빠르게 넥스트스텝 운영체제를 새로운 맥오에스로 만들고, 옐로박스 레이어로 오픈스텝을 전환시키겠다는 전략을 발표되자, 심지어 넥스트의 기존 고객들조차도 애플을 피했었다.



특히 웹오브젝트를 자사 온라인스토어에 채용하고 있던 델은 넥스트와의 기업관계를 청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여 새로운 온라인스토어를 구축했다. 선과 HP 또한 넥스트와의 오픈스텝 파트너쉽을 포기했다. 결국 넥스트 기술에 대한 애플의 지원이 상업적으로 지속 가능하리라 본 기업은 거의 없었다.



애플은 보다 심각하고 복잡한 유닉스-기반 운영체제의 채택을 맥 사용자들이 주저하자, 목표를 바꿨다. 상황은 더 안 좋았다. 어도비와 매크로미디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맥 개발사들이 옐로박스에 대해 거의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았고, 그들은 기존 코드에 최소한의 변화만 거쳐도 돌릴 수 있는 뭔가 현대적인 기술을 애플이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벽한 파트너로 보였던 애플의 넥스트 인수가 엉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애플은 하드웨어 업체와의 맥오에스 라이센스 계약에 묶여 있기도 했다. 맥오에스 라이센스는 클론 업체들이 매상을 올리면서, 기존에 의도했던 맥 시장 확장보다는 OS만 줘버리고 하드웨어 이윤을 잃는 효과를 가져왔었다.



애플은 또한 양판점에서 싸구려 PC 옆에 아무런 차이 없이 애플 컴퓨터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경쟁력이 분명한 제품이 없으면 팔 방법이 없으며, 개발자들을 끌어모아 유지할 수도 없는 상황, 앞이 안 보이던 때였다. 매킨토시의 전망은 꽤 암울해 보였다.



매킨토시 외 유일한 주요 제품으로는 뉴튼 메시지패드가 있었다. 태블릿 컴퓨터였던 뉴튼은 훨씬 단순하고 저렴한 팜 파일럿(Palm Pilot)에게 추월당하고 있는 중이어서 애플의 관심과 노력이 상당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Jobs turns Apple around



넥스트 인수 다음 날, 잡스는 이런 글을 쓴 바 있다. "10년째 되면서 매킨토시에 의지해온 산업이 느리게나마 맥의 혁명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베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며, 애플보다 이런 혁신을 더 잘할 곳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컴퓨터 산업을 애플 말고 누가 이끌었습니까? 처음에는 애플 II, 그 다음에는 매킨토시와 레이저라이터를 선보인 곳이 애플입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넥스트의 진보적인 소프트웨어와 애플의 매우 거대한 하드웨어 플랫폼과 마케팅 채널이 만나 기존 플랫폼을 혁명적으로 뛰어 넘고 향후 10년 이상 애플과 업계의 따라쟁이들을 부추킬 것입니다. 애플에 대해 대단히 깊은 감정을 지금도 갖고 있고, 덕분에 애플의 미래를 구성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처음, 애플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던 잡스는 1997년 7월, 여름 맥월드에서 자신이 아멜리오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 임시 CEO를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 아멜리오 축출을 이끈 장본인은 잡스였고(1997년 맥월드 엑스포에서는 둘 다 모습을 드러냈었다), 아멜리오가 내린 결정사항들을 곧바로 뒤엎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아멜리오가 분사시켰던 뉴튼도 들어 있었다. 잡스는 뉴튼을 새로이 애플의 산하 부서로 편입시켰었다. 당시 잡스는 애플 제품 라인업을 단순화시켰다.





잡스가 없앤 것 중 큰 건 중에는, 진보기술그룹(Advanced Technology Group: ATG)이 있다. 이 그룹은 QuickTime TV와 QuickDraw 3D, OpenDoc, HotSauce, Macintalk 음성인식, 뉴튼 필기인식 등 돈을 전혀 벌지 않는 제품을 무수히 많이 만들어낸 곳이었다. 잡스는 또한 클론 업체와의 계약을 종료시켜서 매킨토시의 운명을 애플이 통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여러가지 시험삼아 하는 프로젝트를 없애고, 뒤얽힌 영업망의 강화를 위해 컴팩으로부터 팀 쿡을 영입한 잡스는 웹오브젝트를 사용하여 델이 포기한 것과 유사한 온라인스토어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애플은 사용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개별사양"으로 맥을 팔 수 있게 됐다.



또한 잡스는 여러가지 매킨토시 제품도 없애거 기본적으로 타워형과 노트북 G3만을 남겼고, 여기에 새로운 아이콘으로서 아이맥을 추가시켰고, 1999년에는 소비자용 아이북 노트북도 선보였다. 새 하드웨어를 발족시키면서 잡스는 클래식 맥오에스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었다. 넥스트스텝에 기반한 맥오에스텐을 작업하면서도 코플랜드 프로젝트에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려서 맥오에스의 업데이트를 행했기 때문이다.





한편 잡스의 애플은 맥 판매를 증대시키기는데 집중했다. 애플 고유의 소매점을 짓기 시작하면서 주요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인수하여 프로 앱 패키지를 만들고, 아이라이프와 아이웍 등 소비자용 제품도 만들었다.



Apple goes open



애플 고유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더해 넥스트-중심적인 개발팀은 맥오에스텐의 코어 유닉스 OS 파운데이션을 다윈이라는 이름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 자신의 개방형 코드와 더불어 애플은 OpenGL(퀵드로 3D를 대신한다)과 같은 공개사양의 채택으로부터 CUPS(맥오에스텐과 무료 유닉스, 리눅스 배포본이 사용하는 개방형 출력 아키텍쳐)의 매입 및 지속적인 관리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프로젝트의 오픈소스 개발에 자금을 대기 시작했다.



애플은 또한 오픈소스 웹킷 프로그램을 토대로 고유의 사파리 웹브라우저를 만들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로부터 웹의 권력 균형을 오픈소스 쪽으로 옮기기 위해서였다. 넥스트스텝의 BSD 유닉스 코어에 대한 오픈소스 전략과 더불어 웹킷은 제일 유명한 웹브라우저 엔진이 됐고 특히 휴대용 기기에서는 유일한 주요 브라우저에 올라섰다.



애플은 GNU/Linux의 GNU 컴파일러 컬렉션 개발 툴체인(toolchain)을 진보적이고 새로운 LLVM 컴파일러 아키텍쳐로 완전히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LLVM은 어배너-섐페인(Urbana–Champaign)의 일리누이 대학교에서 개발중인 아키텍쳐로서 BSD 스타일의 오픈소스로 제공됐고, 애플은 여기에 LLDB와 Clang을 추가시켰다. 이로써 애플은 유닉스-류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급격히 변화시켰다.



OpenGL 지지와 함께 애플은 GPU 하드웨어를 사용하여 일반적인 목적의 고속처리를 돌리기 위한 OpenCL 사양을 만들어냈다. OpenCL은 그래픽 업체의 지지를 받기 위해 중립적인 중개자의 역할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애플은 한편 인터넷 파일과 달력, 주소록과 연동하는 공개표준으로서 WebDAV와 CalDAV, CardDAV의 발전에 주된 역할을 했다.



추가적으로 애플은 개방형 오디오재생을 자가 고유 표준으로 바꾸려 시도했던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계획을 물리쳐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MP3와 AAC, MPEG H.264 오디오 스트리밍 및 비디오 인코딩, 배포세계를 열었다. 마찬가지의 노력으로 어도비 플래시의 스트리밍 비디오 장악노력도, 애플은 시장력을 동원하여 플래시의 통제를 깨고 비디오를 모두에게 열어주었다.



Jobs' golden decade of Apple



넥스트를 인수한지 5년이 지난 2001년, 애플은 최초의 소매점을 열고 맥오에스텐의 첫 번째 빌드를 출하했으며, 아이포드를 발표하여 소비자 가전 시장으로 진입하는 강수를 뒀다. 아이포드 자체는 애플 컴퓨터사에서 '컴퓨터'를 빼버리는 역할을 할 정도로 애플의 사업에 지극히 중요했다.



잡스는 여러가지 디바이스의 중심에 아이맥을 놓는 디지탈허브 전략을 제시했다. 맥오에스텐의 코어 기반을 개선하고 하드웨어를 끊임 없이 진보시키는 애플이 2000년대 내내 채택한 전략이었다.



2000년대 중순, 잡스는 PowerPC에서 인텔로의 이주를 단행했다. 이로써 맥 사용자도 윈도를 돌릴 수 있었고, 덕분에 윈도와 계속 어울려야 하는 기업 사용자 등도 맥을 사용할 여지가 생겨났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애플은 태블릿 컴퓨터 개발에 돌입하였고 결국 2007년에는 아이폰이라는 결과를 냈다. 아이폰은 미니 버전의 맥오에스텐으로서 iOS라 불리었고, 매킨토시 자체보다도 더 큰 규모로 자라났다.



2010년, 잡스는 대성공을 거둔 아이폰이 닦아 높은 길을 통해 태블릿 컴퓨터인 아이패드를 적절한 가격에 선보였다. 아이폰의 경쟁은 심해졌지만 아이폰은 시장을 깊게 형성시켜서 기존 업체를 모두 당혹스럽게 만들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제일 잘 팔리는 휴대폰 중 하나가 됐다. 예전에 아이포드가 그러했듯 아이패드는 자신의 시장을 크게 형성시켰다. 이전까지는 어느 경쟁자도 형성시키는데 실패했던 시장이었다.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애플 주가는 주당 $10에서 $315로 뛰어 올라 전세계에서 제일 가치가 높은 기업이 됐으며, 수입은 물론 이윤도 제일 많이 벌어들였다. 애플은 컴퓨팅에만 한정돼 있던 상황에서 벗어나 아이포드와 아이튠스에 연동되는 음악과 영화시장을 탈바꿈시키고 휴대폰 업계에 대해 승리를 거두었으며(이제 남아 있는 유일한 경쟁자는 스스로를 무료로 푸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밖에 없다), 최초로 성공한 태블릿인 아이패드를 통해 새로운 휴대기기 시장을 선보였다.



A world without Apple's NeXT



15년 전 인수했던 넥스트가 없었다면 잡스의 주도와 창조성, 비전도 없었을 것이다. 애플 컴퓨터는 90년대에 인수되거나 어쩌면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며, 매킨토시는 아미가와 동급으로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개인용 오디오 시장 또한 마이크로소프트와 PlaysForSure 시스템의 지배를 계속 받으며 음반사의 변덕 하에 CD로 굽는 것만 해도 제한이 여전했을 것이다.



맥오에스텐이 없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전이 윈도 2000 버전만 내놓았을 것이며, 윈도 비스타나 윈도 7, 그리고 진보적인 GPU 주도의 그래픽엔진도 없었을 것이다. 맥오에스텐의 쿼츠 컴포지팅이라는 애플의 개척적인 노력의 산물이 GPU 위주의 그래픽엔진이었다.



아이폰이 없었다면 사용하기 쉬운 터치스크린 휴대기기도 안 나오고, 그 대신 아이폰 이전의 안드로이드와 유사했을 것이다. PalmOS와 윈도모바일, 블랙베리의 버튼-중심적인 휴대폰만 있을 것이며 4년 전에 그랬던 바 처럼 세상을 바꾸지도 못했을 것이다. 태블릿 또한 안 나왔을 일이다. 맥북에어와 같은 울트라북에도 딱히 노력이 없었을 테고, 그저 여러가지의 저렴하고 저품질의 넷북만이 나와 있을지도 모를 법 하다.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소니, 팜, HP, 어도비 등은 도전받지 않은 채, 개선에도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데스크톱 플랫폼을 위한 저가형 앱스토어를 나서서 만들 일도 없으며, 구글은 여전히 웹브라우징만 할 수 있을 저가형 노트북에 집중했을 것이다. 이들은 현재 지위가 하락중이며 기술업계에서 자신이 어째서 실패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실패를 멈출 수 있을지를 모르고 있다.



What's next for Apple



2011년, 세상은 애플과 넥스트의 창립자를 잃었다. 잡스는 자신의 비전에 멀어져 있던 애플을 고쳐냈고 기술과 인문 사이의 교차점에서 위대함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는 팀을 만들어냈다. 잡스는 애플 경영팀만이 아니라 전세계 어느 업체에서건 추종을 받을만한 분명한 업적을 남기고 떠났다.



애플은 기업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전세계 소매점도 잘 돌아가고 있고 모바일과 데스크톱 제품에서 강력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며, 풍부한 현금으로 최첨단 연구개발도 벌일 수 있다. 15년 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그러나 현재의 애플은 자신의 실패와 실수를 알아볼 능력도 갖고 있다. 지난 15년간 애플은 설사 전략이 올바르다 하더라도 돈을 잃었던 난관을 돌파해 왔다. 엑스서브와 엑스서브 RAID, Xsan으로 서버시장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단순히 훨씬 저렴한 대안만 제공하는 것 가지고서는 손수 고객서비스와 지원을 요구하는 시장을 충족시켜줄 수 없었다.



애플은 잘못됐음을 알고 물러나는 것 또한 올바름을 알고 성공을 거두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애플은 마찬가지로 주류시장을 공략할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선에서 프로앱스의 규모를 축소시켰다. 소수의 전문가 사용자들은 특별한 개발사가 더 잘 보조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경영진은 애플이 뭘 안 할 줄 안다고 매번 되풀이해 말하고 있다.



딱 15년 전의 애플은 아니라고, 맞다고 말할 수 없었으며 계획을 실천한다거나 투자자에게 자신을 믿어달라 확신을 주지도 못했다. 지난 15년은 창립자를 재발견하여 그의 비전에 따라 업계를 재편성한 놀라운 기간이었다.



Daniel Eran Dilger is the author of “Snow Leopard Server (Developer Reference),” a new book from Wiley available now from Amazon as a paperback or digital Kindle download.



Apple’s 15 years of NeXT — RoughlyDrafted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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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랄까, 자주 가는 주유소는 없네요.. 가짜석유판매주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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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5

왜 이근안만... 정형근 이사장님, 섭섭하시죠?

한국현대사에서 '고문'을 거론하면 연상되는 인물이 셋 있습니다. 일제 치하와 해방 공간에서는 노덕술, 5공 시절에는 이근안, 6공 시절에는 정형근 전 의원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로부터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마치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 하나 자신의 고문행각에 대해 제대로 된 사죄나 참회를 한 적도 없고, 특히 노덕술과 정형근은 응당한 죗값을 치르지도 않았습니다. 역사는 이들을 '고문기술자'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들 3인의 행적은 우리 현대사의 '고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또 부상자(?) 치료를 핑계로 이들 곁에서 고문을 묵인, 협력한 '불의한 의사'들의 반인륜적인 행위 또한 묵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 중략 ---

물론 모든 의사가 불의(不義)했던 것은 아닙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당시 박군의 시신을 부검했던 부검의 황적준 박사는 경찰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자 자신의 일기장을 공개하고 사직서를 냄으로써 은폐 사실이 드러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의사회는 칠레나 필리핀처럼 사과 성명 하나 낸 적이 없으며, 고문에 협조한 의사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한 바 없습니다. 이른바 '온정주의'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라도 의사회는 어두운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고문에 가담한 의사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의사회 차원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출처 : 왜 이근안만... 정형근 이사장님, 섭섭하시죠?:

2011년 최고의 거리예술 작품들

2011년 최고의 거리예술 작품들:































Street Art Utopia [더 보기]


낯설기만 한 "2011년 올해의 음반"

2011년 올해의 음반:

별로 한 것도 없이 한 해가 가버렸습니다. 특히 [보다]의 입장에선 더욱 말이죠. 별다른 활동도 없이 불쑥 이렇게 결산만을 하는 게 겸연쩍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엔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뜻으로라도 이렇게 결산 결과를 올립니다. [보다]의 활동은 미진했지만, 음악계는 풍성했습니다. 하나같이 다들 올해엔 좋은 음반들이 많이 나왔다고 얘기합니다. 당분간 이 흐름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는 사실이 더욱 고무적입니다. 내년에는 저희도 더 부지런하고 풍성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여: 김윤하, 김창현, 김학선, 단편선, 문정호, 서성덕, 서정민갑, 손명환, 이경준, 조성호



1.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2011/붕가붕가레코드)


2008년 이후 장기하의 행보는 점점 커지는 그릇의 크기를 채우는 것으로 대변된다. 세대를 관통하는 참신함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창작에 대한 의심과 패러디 문화의 일환일 뿐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러나 장기하는 얼굴들을 대동하며 스타 밴드로 도약했고, 자신의 음악이 단발 이슈에 머물지 않음을 증명했다. 신보에서 궁금했던 대목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 밴드가 된 장기하와 얼굴들이 이전보다 커진 그릇의 크기를 얼마나 그럴듯하게 채울 것인가? 결과는 아주 훌륭하다. 정규 편성으로 자리 잡은 키보드 활용과 적극적인 코러스 운용을 통해 본인들의 사운드를 보다 명확히 구축했고 이를 기반으로 좋은 곡들이 쏟아졌다. 특히 <마냥 걷는다>는 흉내와 모사가 주는 재미에 가볍게 치부되었던 장기하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명곡이다. 특유의 기발한 발상이 유명 엔지니어들의 손길을 거치며 근사한 소리의 질감을 획득한 것도 빠질 수 없다. 많은 음악인들이 한바탕 현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본질적인 물음에 방황하곤 한다. 그러나 장기하가 부담을 떨치는 광경은 능숙함 그 자체다. 이는 유연함 이전에 뚝심이다. (문정호)


이번 음반이 중요했음은 팬들이 먼저 알았고, 아마 장기하 그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상상해보자. 함량미달의 작품이 등장했을 때 나오게 될 "내 그럴 줄 알았어" 류의 그 수많은 비난들. 이번 음반은 확실히 예상을 깬 음반이다. 전작이 '한국 록의 사료들을 키치하고 흥겹게 변용한 음반'이라면, 본 앨범은 그를 넘어서 '한국어로 록 하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동반된 음반이다. 내용물을 들어본다면 그런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또 그 이상이다. <마냥 걷는다>와 <그렇고 그런 사이>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구간들에서 언어적 질감을 넘어선 '사운드 완성'에 대한 집착이 스며 나온다. 그래서? 좋은 음반이라는 소리밖에는 할 말이 없다. 심지어 내가 이 음반을 올해의 음반 후보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지는 않다. (이경준)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장기하, 그리고 이 앨범을 이겨낼 음악가와 앨범은 극히 드물 것이다. 이 셀프 타이틀 앨범 안에서, 장기하는 무엇보다도 또 누구보다도 무척이나 즐거워 보인다. 데뷔 앨범에서 호평 받은 모든 요소를 그대로 살린 채 보다 탱탱하게 살아난 밴드의 호흡이나 넓어진 악곡 스펙트럼 같은 이런저런 설명이 구차하게 느껴질 정도다. 심지어 직전 앨범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데뷔 앨범이었음을 떠올려보면 이 여유와 능청이 징그럽기까지 할 정도다. 예의 유머를 잃지 않은 멜로디와 리듬 안에서 덩실대는 이 음악가를 보고 듣다 보면, 덩달아 즐거워질 수밖에 없다. 정말 즐기는 자를 이길 사람, 아무도 없다. (김윤하)





2. 이승열 [Why We Fail] (2011/Fluxus Music)


곡쓰기와 가사, 연주, 그리고 그 정서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앨범의 만듦새는 '탄탄함'이라는 단어로 집약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 20년을 바라보는 로커가 만들어내는 정말 '어른'스러운 음악. 만약 한국에서 '어덜트 컨템퍼러리' 라는 용어를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승열은 그 안에서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로 기록될 것이다. (서성덕)


난 이 앨범을 관성적으로 '모던 록'으로 분류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승열은 점점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모던 록의 전도사 정도로 평가받았던 그는 이제 (라이브 무대에서는 더욱 더) 클래식 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유앤비 블루 데뷔 전 마천에 머물며 처음 들었던 과거의 소리들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한층 더 견고하게 사운드를 쌓아 올리고, 그 가장 끝에 여전히 매혹적인 목소리를 얹는다. 그리고 가끔씩 그것은 숭고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김학선)


전작 [In Exchange](2007)의 노선을 반복했다면 노래가 더 남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이승열은 또 다른 길을 선택했지만 앨범이 주는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소리의 결이나 여백이 주는 느낌에 몰두했음에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결국 이승열은 이승열이고 앨범에 임하는 진중한 태도만큼이나 좋은 앨범이 나왔다. (문정호)





3.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우정모텔] (2011/Cavare Sound)


돌이켜보면 그들의 공연을 종종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가장 감탄했던 것은 앰프의 볼륨을 절대 끝까지 올리지 않으면서도 공간에 맞게 꼭 필요한 만큼의 공간감, 그리고 텐션과 그루브를 만들어낸다는 점이었다. 아주 적당한 정도의 다이내믹(직접 연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적당함'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조웅과 임병학, 그리고 객원인 드러머, 이렇게 3인조의 심플한 편성에서의 공연이 가장 유기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듯 보였으며─그 시점이 다음 음반의 믹싱을 하고 있단 소문이 공공연히 돌던 시절이었으니─곧 발매될 음반에서도 라이브에서의 강점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곤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정모텔]은 그러한 기대를 어느 정도 배반하는 길을 걸었다. 드럼을 직접 녹음하는 방식이 아닌 프로그래밍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으나, 어찌되었건 [우정모텔]은 다이내믹하기보다는 오히려 평면적으로 느껴졌다. 공연을 적잖이 본 것도 영향을 주었던 것일 테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내게 [우정모텔]에 대해 묻는다면 (심미적인 관점에서) '훌륭하다'나 '좋다' 혹은 그 이하들 사이에서 나는 쉽게 답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나 '즐겨 듣는 음반'이라고는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믹스나 어레인지 등의 기술적인 부분에서 크게 멋을 부리지 않아 아티스틱하게 느껴지진 않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즐겨 듣기엔 역시 무리가 없는 것이다. "사람 살다 보면은 괜히 맘 가는 사람 있드라" 같은 노랫말을 읽다 보면 어쩌면 그것이 한계라거나 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입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티스틱한 성취 같은 것들이 그들의 목표는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 태도들(혹은 뉘앙스들)에 대해, 나는 한편으론 여유를 느끼기도 하고 한편으론 정이 가기도 한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행해지는 작업들 중 (전통적인 의미에서) 마냥 아티스틱하기만 한 것들은 아무래도 재미가 없어지는 추세인데, 사실 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서라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다음 행보가 여전히 기대된다. (단편선)


새벽 4시 홍대 곱창전골에서 소주를 마시면서 듣는 피쉬만즈랄까. 그리고 그 소주는 참이슬이 아닌 진로여야 한다. 구남은 한강의 기적 이면에 서있는 88만 원 세대들의 감성을 궁상맞고 독하게 노래하는 블루스이다. 그렇지만 술이 깨고 첫차에 몸을 실으면 밀려드는 공허감은 뭘까. 내 월급은 188만 원이어서일까. (김창현)


지난 수 년간 2집 낸다 낸다 소문만 많던 양치기 청년 구남의 축축하고 뜨거운 라이브에 푹 빠졌던 이들 중, 이 앨범을 듣고 실망하지 않은 이들이 있을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당혹스러움은 아마도 이들이 앨범 안에서 셔츠 단추를 목까지 채우고 정색을 하고 있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늘 취한 듯 정신줄을 놓고 '도시에서만 살기엔 젊음이 아깝다' 외치던 이들이 말이다. 하지만 그 멀끔한 첫인상의 충격만 견뎌내고 나면, [우정모텔]은 곱씹을수록 무언가 끝없이 우러나는 곰탕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 시대의 낭만, 청춘, 성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눙치는 농담과 눅진한 리듬. 도시를 떠나는 젊음을 노래하던 이들은, 이젠 건강하고 긴 삶을 노래한다. 이런 앨범과 이런 음악가, 어디에서 또 찾을 수 있을까. (김윤하)





4. 정차식 [황망한 사내] (2011/Capsule Roman)


가끔 덜컹거려도 망설이거나 머뭇대는 법 없이 나아간다. 의외로 다양한 스타일을 품고 있음에도 어지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돌파'의 정서를 트랙들 사이 가장 깊은 곳에 깔아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가진 목소리의 힘을 믿는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그 결과 우리는 올해 가장 멋진 댄스 트랙을 생각지도 못한 음반에서 찾아내는 기쁨을 누렸다. (서성덕)


기획되고 조율되어 만들어지는 음악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아직도 이처럼 뜨겁게 자신을 드러내는 음악이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고전적인가. 정차식이라는 뮤지션의 아우라를 압도적으로 내뿜는 음반은 탐미적인 멜로디와 고백적인 어조, 미니멀한 연주로 위태롭고 아찔하게 아름답다. 처연한 사내의 내면을 극한까지 드러내는 강력한 매혹은 음악으로 발현되는 뮤지션의 존재감과 음악의 힘 그 자체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음악으로나 스타일로나 올해 가장 우뚝한 봉우리이며 진정한 성인 음악. (서정민갑)





4. f(x) [Hot Summer] (2011/SM Entertainment)


[Hot Summer]의 원본 [Pinocchio](2011)는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공존하는 독특한 앨범이다. 굳이 공존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그 안 좋은 점조차 흥미롭게 들렸기 때문이다. 외부 작곡가들의 곡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지만 레이블 특유의 어법과 가치관을 적용시켜 보편적이고 무난한 선택을 했을 때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그룹의 특징을 단단하게 고수한 것이 인상적이다. <Lollipop>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재활용 없이 열 곡만을 담은 것도 명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족일 수밖에 없는 리패키지를 지지한 것은 아이돌 그룹의 앨범에서 작품의 완결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확실히 <Hot Summer>와 <좋아해도 되나요>와는 달리 <LA chA TA>와 <Chu~♡>는 기존 사운드에 동화되지 못한 채 보너스 트랙에 충실할 뿐이다. 위화감을 고려하면 아예 제외하거나 리믹스를 통한 가공이 더 적절했겠지만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은 덕분에 디지털로만 유통되었던 <LA chA TA>의 소장 가치는 지켜졌다. 아이돌 그룹의 앨범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그러한 서비스가 더 만족스럽게 와 닿는다. (문정호)


f(x)의 앨범은 올해의 아이돌 앨범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언더그라운드 혹은 인디 음악이라고 불리는 음반들보다 f(x)의 음악은 더 실험적인 면을 갖춘 동시에 거대자본의 힘으로 분업화되어 완성도까지 겸비했다. 리패키지 앨범을 뽑은 이유는 위의 의견과 같다. (손명환)





6. 불싸조 [뱅쿠오: 오늘밤 비가 내릴 모양이구나/첫 번째 암살자: 운명을 받아들여라] (2011/Pastel Music)


비아냥의 의미를 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어찌되었건 불싸조는 오타쿠의 음악일 수밖에 없다. 불싸조가 재미있게 들리는 것은 음반을 듣는 것 자체가 무차별적인 소비 내지는 콜렉팅의 쾌감과 비슷한 무엇을 제공해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이 음반은 여러 부분에서─이를테면 맥락 없이 이런저런 장르를 인용한다거나 갑작스런 샘플링을 외삽한다거나, 게다가 목적 없이 정열적이라거나─순수한 소비 내지는 소진(exhaustion)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음반을 듣는 청자들 역시 과잉소비와 소진의 태도를 취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것들이 불러일으키는 말초적인 쾌감이나 흥미 같은 것을 빼고선, 이 음반에서 어떤 미덕이라거나 덕목이라거나 가치라거나 미래 같은 것들을 전혀 볼 수가 없다. 처음부터 그것을 볼 수 없게 만들어졌다는 쪽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순수한 소비라거나 소진이라거나 탕진이라거나 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할지언정 개개 오타쿠나 콜렉터 고유의 오리지널한 측면, 즉 레시피는 남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편선)


카세트테이프로만 제작된 탓도 있고 트랙간의 구분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있겠지만, 이 앨범은 마치 하나의 곡처럼 흘러간다. 2집이 그랬던 것처럼 포스트 록을 비롯한 각종 장르가 섞이고 또 각종 다양한 샘플과 스크래치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거친 소리들 사이에서 갈고리(hook)처럼 귀를 잡아채는 한상철의 비범한 멜로디와 '조져주는' 고영일의 드럼 연주가 40분 가까운 시간 동안 내내 이어진다. 그 어떤 것도, 결코 장난이 아니다. (김학선)





7.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 [까만 타이거] (2011/Sha Lable)


그들에게 음악은 '청각 예술'이기 전에, 시각과 두뇌를 동반해야 하는 '복합적 텍스트'였다. 이전 앨범을 주의 깊게 감상한 자들이라면 이에 쉽게 동의할 것이고, 이는 간만의 정규작인 [까만 타이거]에서 더 매혹적인 형태로 지양되었다. 허클의 핵심인 메시지와 음의 흡착성은 더 강화되었고, 가사에 대한 상념이 깊어진 만큼 사운드에는 큰 변화가 동반되었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전반부 트랙은 기존 허클에 대한 반역이자 변절로 생각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앨범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스스로 주머니를 삐져나오는 법이다. 일상의 그 모든 편린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부터 음악을 하는 자의 독백체의 고백까지. 그 모든 것들이 고립되지 않은 형태로 녹아 들어간 음반은 예상보다 찾기 어렵다. 이들은 그것을 해냈고 평가는 이렇게 남겨졌다. (이경준)


한 장의 음반도 허투루 내지 않은 허클베리 핀이지만 많은 이들이 허클베리 핀에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딱 정해져 있다고 단정할 때 허클베리 핀은 그 익숙한 오해와 고정관념으로부터 다시 탈주했다. 리듬이 육화되어 피처럼 돌고 살처럼 뛰는 음악은 2011년 한국 록의 절정이다. 직설적이고 치명적인 직관적 감동과 은유적 상징은 우리를 춤추며 시대의 중심을 향해 묵묵히 응시하게 한다. 수록곡 모두를 대표곡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일관된 완성도를 가진 음반이 얼마나 더 있는가. 반드시 더 오래, 더 깊이 곱씹어야 마땅한 명반이다. (서정민갑)





8. 버벌 진트(Verbal Jint) [Go Easy] (2011/Brand New Music)


버벌 진트는 힙합을 오랜 동안 해온 음악인이지만, [Go Easy]를 '힙합'으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 이 음반에서 그는 매우 영민하고 세련된 음악(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음반이 힙합이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치 않다. 자신을 힙합 '장르' 안에서만 평가하려 하는 대중(힙합팬들)의 시선을 멋지게 벗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버벌 진트가 앞으로도 힙합을 완전히 벗어나서 다른 모습을 보일지 아니면 더욱 견고한 '모던 라임'과 '타이트한 비트'를 들고 다시 힙합으로 돌아올지 미지수지만 버벌 진트의 행보가 기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성호)


서울대 출신에 아우디를 끌고 다닌다. 거기에 엣지있는 외모까지! 하이클래스 아티스트만 취급하는 현대카드가,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이끄는 여성지들이 사랑하는 그는 명실상부 '핫'한 아티스트이다. 음악도 '핫'하다. 그렇지만 내 여동생은 절대 못 주겠다. (김창현)





9.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2011/Doggyrich)


검정치마의 첫 번째 음반은 결코 요행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지해준 평단과 팬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두 번째 음반에서도 보여줬다. 이 음반엔 청춘, 젊은, 낭만, 평화, 그리고 사랑 모든 게 빼곡하게 들어 있다. 수영장 위에 기분 좋게 떠있는 느낌의 음악이랄까? 검정 치마는 소포모어 징크스가 있을 수 없는 원맨밴드다. (조성호)


올해 지산 페스티벌의 진짜 헤드라이너가 UV였다는 것이 반쯤 농담이라면, GMF의 진짜 헤드라이너가 '검치'였다는 것은 거의 농담이 아니다. 조휴일의 위화감 없는 한국어 인디 록이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그가 미국에서 왔다는 일말의 꺼림칙함조차 날려버린 두 번째 앨범은 어떠할까. 검정치마는 합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 (서성덕)





10. 이디오테잎(Idiotape) [11111101] (2011/VU Entertainment)


라이브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음반으로 담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이디오 테잎의 음반이 매력적인 것은 바로 그 에너지를 온전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들이 신디사이저와 드럼으로 만들어낸 리듬감은 현란하면서도 우직하다. 복고적인 찰기와 투박한 정공법으로 휘몰아치는 사운드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자생성을 증명하는 현 주소이다. 오래도록 음악을 들어온 이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백전노장의 사운드. (서정민갑)


이디오테잎에 관하여 가장 근사한 것은 가능성이나 근사치가 아니라, 철저하게 완성된 형태의 데뷔 앨범을 만나는 경험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각고의 경험과 노력이 들어간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다 필요 없고' 결과물로 말하는 당당함은 아름답다. '록 밴드' 서바이벌까지 필요한가 묻는 사람들에게 이만하면 답이 될 것이다. (서성덕)





11. 얄개들 [그래, 아무 것도 하지 말자] (2011/ Beatball Music)


브릿팝과 산울림을 둔촌주공아파트 소년의 감성으로 버무린 역작. 빈틈과 부족함이 있어서 더 모성본능을 자극하고 훈훈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년과 사귀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아는지. (김창현)


얄개들은 현재 한국에서 등장하고 있는 신인들 중 가장 훌륭하다. '훌륭하다'라는 평은 통상적으로 일종의 규범적인 상을 전제해놓고 하는 말이니, 다시 풀자면 얄개들은 현재 한국에서 등장하고 있는 신인들 중 가장 규범에 부합하다, 가장 정도(正度)로 가고 있다 할 수 있단 이야기다. 이를테면 얄개들은 창의적인 기타 플레이와 적절한 그루브를 만들어주는 리듬 파트, 그리고 심플하지만 인상적인 보컬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어레인지는 복잡하진 않지만 정교하여 단조롭다기보다는 효과적으로 들린다. 그것들을 소화하는 밴드의 능력도 좋은데, 다른 말로 앙상블이 훌륭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크게 성의를 쏟는 부분은 아닌 것 같지만 섹슈얼한 은유가 간간이 엿보이는 노랫말도 또한 매력적이며 연주와도 착 달라붙는다. 대부분의 밴드들에게 요구되는 밴드의 규범을, 그들은 아주 모범적으로 만족시켜주고 있다. 즉 얄개들은 굉장히 밴드다운 밴드다(이를 반대로 말하자면 한국에서 밴드다운 밴드는 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모처럼 정도의 길을 잘 걷고 있는 밴드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은 특히 한국에서라면, 필요한 일이다. 다만 밑밥을 깔자면, 정파가 있으면 사파가 있듯 정도만 길인 것은 또한 아니겠다. (단편선)





12. 조덕환 [Long Way Home] (2011/Rubysalon Record)


세시봉 열풍이 미디어의 어느 지점을 잠식할 때, 조덕환은 음지에서 자신의 모습을 정리했고 매우 소심한 자세로 본 음반을 툭, 던져놓았다.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기를 꺼렸을 때, 그는 과거에 대한 집착을 열정적으로 버렸으며 모두가 변신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는 유물들의 파편을 조립하고 있었다. 서던 록과 프로그레시브, 포크와 록의 기이한 결합물은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며 본 음반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나는 그것을 '전관예우'라는 이름에 대한 거부감에서 기원한 또 다른 편견이라고 부를 셈이다. (이경준)


한국 록의 오래된 과거 진행형이 이 한 장의 앨범에 모두 담겼다. 진정한 의미에서 거장의 귀환이며 현재작이다. 자신이 들어왔고 사랑했던 음악을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놓으며 조덕환은 과거의 영광이 결코 일회적인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고 오래된 음악의 아름다움을 실재로 웅변했다. 복고와 재현의 열풍 속에서 그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을 제 몫의 음악으로 범접할 수 없는 무게감을 보여준 노장 로커의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 <수만 리 먼 길>과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는 들어도 들어도 번번이 가슴 뭉클하다. (서정민갑)





13. 엠씨 메타와 디제이 렉스(MC Meta & DJ Wreckx) [DJ And MC] (2011/Basic Entertainment)


한국에서 힙합은 뿌리를 제대로 가진 적도, 힙합이라는 독립된 하나의 문화로서 받아들여졌던 적도 없다. 한국에서 힙합은 음악으로서, 패션으로서, 춤으로서 분절적으로 수용되어 각 분야에서 힙합의 한 단면만이 부각되어 다소간 기형적으로 받아들여진 경향이 있다. 이 앨범의 가치는 한국 힙합이 가지고 있던 그 약점을 극복하며, 원래의 뿌리를 (거의 처음으로) 그려보려 시도한 음반이란 점이다. 물론 원래 한국 힙합에서 그러한 뿌리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이 앨범은 지금 한국 힙합의 클리셰 위에서 '원래 한국힙합 뿌리는 이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그 필연적 한계가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힙합 앨범에서 뿌리로 돌아가자, 라는 구호가 대단히 공허하게 들렸던 것에 반추해볼 때, 그 뿌리가 이러해야 했다고 제시한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한 의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힙합의 클리셰들을 그대로 가진 앨범을 들으면서 긍정할 수 있었던 게 대단히 오랜만이기도 했다. (손명환)


한국 힙합의 두 거장이 함께 만들어 낸 절정의 순간. (서정민갑)





14. 시모(Simo) & 무드 슐라(Mood Schula) [Simo & Mood Schula] (2011/Studio360)


이름값이 없어서 그랬는지 힙합 씬에 두 귀를 열고 있는 팬들의 다수가 나이 어린 친구들이라 그랬는지 모를 일이지만, 시모 & 무드슐라의 음반이 힙합 팬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지 못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이 창조해 낸 사운드는 올해 나온 어떤 한국 힙합 음반의 비트보다 좋았으며, '작가주의'(?) 힙합의 역사를 쓴 음반이라 감히 말하겠다. 그저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그들의 결과물이 그것을 증명해 냈으니 하는 말이다. 올해 한국힙합 단 한 장의 음반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난 [Simo & Mood Schula]를 택하겠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성호)


한국 힙합의 또 다른 부채였던 오리지널리티의 부족에 따른 강박을 다소간 없앤 음반이다(이 앨범이 플라잉 로터스 부류의 한국 버전이란 감상은 그 장르에 대한 이해 없는 단순감상이 불러 올 수 있는 부정적 단면의 가장 명확한 예로써 기억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시모가 인터넷에 올린 여러 작업물과 비교해봤을 때, 이 앨범에서 보여준 시모의 음악은 그의 엄청난 음악적 스펙트럼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시모의 앨범을 기다렸을 몇몇 힙합 팬들에게는, 시모가 꾸준히 자기 감을 가지고 음악하고 있음을 확인시킨 음반인 동시에 (그들이 시모에게 기대했던) 한국 앨범을 뒤엎을만한 엄청난 한방이 아님에 조금의 섭섭함을 느낄만한 앨범 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으로 시모를 알게 된 이들에게는 이 앨범은 기술의 발전과 한 개인의 장인정신이 음악의 표현 범위를 얼마나 확장시켰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인 동시에, 힙합이라는 변태적 작법이 다른 음악 장르들을 어떻게 소화시켜서 변형시킬 수 있는지 충격적으로 보여줄 음반일 것이다. (손명환)





15. 몬순 누이(Monsoon Nui) [Monsoon Nui 3] (2011/Monsoon Nui)


좋은 음악이려면 항상 청각적 재미를 일차로 주어야 한다는 일반적 접근이 유일한 잣대일 수는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앨범이다. 동시에 음악이란 장르의 표현 범위가 얼마나 넓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몬순 누이의 음악은 항상 한국 힙합의 성취이기보다 한국의 독립 음악, 독립 음악의 성취로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물론 음악적으로 항상 한국 힙합의 작법과 상당히 멀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들이 항상 그 자신의 음악과 내면에 충실한 실험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작품은 이들의 실험의 완결에 가까운 앨범이다. 앨범을 들으면서 필연적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건 작년에 개봉한 영화 [인셉션]인데, 누이라는 작가의 가장 깊은 무의식 림보 속 해변을, 그 의식을 불태워 소멸시킴을 어쩜 이렇게 청각적으로 형상화해낼 수 있는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의 가사 텍스트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지만, 그 가사를 알아들으려 노력하며 듣기보단 그 소리가 각 청자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어떤 감흥을 부르는지에 집중할 때 이앨범을 가장 능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ps. nui obidil 의 obidil을 역으로 읽으면 libido가 된다!) (손명환)


힙합을 넘어 대중음악계 전체에서 '작가'란 호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듀오다. 지난 두 장의 앨범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비타협적이고 치열하게 소리를 탐구하며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해냈다. 이들의 음악을 듣는 그곳이 늪이고 동굴이다. (김학선)





16. 옐로우 몬스터즈(Yellow Monsters) [Riot!] (2011/Old Records)


라이브에서 더 생명력을 발휘할 음반이라는 견해에 대해 찬성한다. 그렇다고 스튜디오 음반의 결과물이 뒤쳐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펑크와 메탈, 소위 이제는 사라진 헤비뮤직에 대한 근본적 호감에서 출발한 본 앨범은 새크리파이스의 음반과 함께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2011년의 헤비니스 뮤직이 무엇인지를 명쾌한 어조로 알려준다. 들어보면 확실해진다. 그 제목처럼 몸을 들썩이게 하며, 날카롭고 공격적인 리프는 1집보다 더 강렬하게 오감을 자극한다. (이경준)


전작 [Yellow Monsters](2010)도 충분히 화끈한 음악이고 3인조 편성 특유의 원초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앨범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즉흥성과 멤버 구성에 따른 의외성 또한 흥미로웠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이합집산에 비해 조금 더 뛰어난 결과일 뿐 그 이상은 아니라는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Riot!]는 찝찝함을 말끔히 씻어 주는 쾌작이다. 시작부터 공격적인 메시지가 주류를 이루지만 여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문자의 나열이나 구호가 아니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리프의 향연이다. 본진이 어디인지에 대한 대답이 스튜디오 작업의 완성도와 라이브 질감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결과물 안에 담겨 있다면 왕성한 창작욕과 현장을 향한 끊임없는 갈증은 지속성의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제 옐로우 몬스터즈의 경쟁 상대는 이름값만 남은 과거의 이합집산이 아니라 당대의 가장 뜨거운 밴드들이다. (문정호)





17. 문샤이너스(The Moonshiners) [푸른 밤의 Beat!] (2011/Rubysalon Record)


사실 난 2011년 평론가와 대중을 불문하고 사방팔방 호평을 받고 있는 이 앨범이 문샤이너스의 베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는 문샤이너스는, 원래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주는 밴드다. 다만 지난 앨범의 핀트가 뭔가 한참 어긋나 있었을 뿐이었다. 유쾌함과 연주력, 카리스마와 매력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이 밴드는 앞으로 이 정도, 아니 이보다 훨씬 끝내주는 로큰롤 앨범을 몇 장은 더 만들어 낼 것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 동안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김윤하)


차승우와 멤버들의 관심사는 분명했다. 고전적 사료에 대한 현대적인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 1집에서 드러낸 태도가 더 정교해졌다. 시대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사료들을 꺼내어 복원하고 재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분명히 역주행하고 있다. 시대는 그것을 역주행이라고 부른다. 그런 태도는 이제는 '의미 없는 몸부림'으로 전락했는가. 앨범과 그에 수록된 곡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귀를 기울인다. 그렇게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성은 만들어지고 이어진다. 재료나 스타일의 차원을 넘어서 문샤이너스는 이들의 지향점이 어디이고 그들이 얼마만큼 그에 도달했는지를 증명해내고 있다. (이경준)





18. 눈뜨고 코베인 [Murder's High] (2011/붕가붕가레코드)


이들이 여전히 장난 같을 수도 있다. 솔직히 장난 같은 밴드가 좀 많나. 그런데 그 장난 같은 것이 10년을 채웠다. 앨범 전체에 걸쳐 변화무쌍한 스타일마다 말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공력은 시간을 먹고 자란 것이다. 괴악한 센스만으로 좋은 음악이 나온다면 참 좋겠지만, 지난 10년간 이름만 떨치고 사라진 다른 밴드들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증명해주었다. 그리고 눈뜨고 코베인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도. (서성덕)


프론트맨 깜악귀는 언젠가 "음악을 하는데도 근육 같은 게 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아질 수밖에 없다"라 말했다 하는데, 솔직히 일반론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러나 눈뜨고 코베인에 한정해서라면 그 발언은 옳다 할 수 있겠다. 곧 밴드 결성 10주기를 맞는 눈뜨고 코베인의 이번 신보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무엇을 해볼 것인가'에 대한 욕망이라기보다는 '무엇을 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결과만 놓고 보았을 때 이 음반의 음악적 성격은, 그들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떠나 타이트한 팝 음반처럼 보인다. 간혹 과잉으로 치닫기도 했던 전작들에 비교하자면 더욱 그렇다. 결과에 호불호가 갈릴 수가 있겠으나 최소한 밴드로서는, 방향을 정확히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눈뜨고 코베인은 원래부터 밸런스보다는 아이디어가 강한 밴드였다. 그리고 신보에서는 여전히 많은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전까지의 약점이었던 밸런스를 보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들은 EP를 포함해 이미 넉 장의 디스코그래피를 보유한 밴드이기는 하지만, 이번 작을 2010년대를 여는 밴드의 새로운 출발이라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단편선)





19. 트램폴린(Trampauline)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2011/Pastel Music)


사람들이 그간 기다려왔던 건, 어쩌면 딱 이 정도의 이질적인 사뿐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집에서 이미 한 번 공개된 바 있는 차효선만의 원더 랜드와 이번 앨범부터 정식멤버로 함께 활동을 시작한 기타리스트 김나은의 오묘한 와우기타가 만나 절묘한 밸런스를 맞춘 이 앨범은 우리를 적당히 춤추고, 적당히 꿈꾸게 한다. 그것도 자신들만의 '흥'으로. 이 '적당히'와 '자신들만의'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아는 당신이라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김윤하)


한국산 신스팝,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현주소이다. 애교로 받아들인다면 그럴 수 있지만 '힙'하다고 한다면 '노'다. 새로운 사운드도 아닐뿐더러 이런 홍대산 학예회식 사운드가 '톱 20' 안에 선정된 것은 탁월한 장르 선택 덕일 것이다. 글쎄, 홍대 맛집멋집 탐방 코너의 '연인과 맥주 한잔 하면서 일렉트로닉 공연보기' 코스로는 손색이 없겠다. (김창현)





20. 썩 스터프(Suck Stuff) [Hate & Love] (2011/Dope Entertainment)


'펑크'란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장르를 떠나 썩 스터프 고유의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남자' 혹은 '사내'란 말 대신 '수컷'이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음악을 비장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김학선)


여기 날 선 '사나이'들의 음악이 있다. 그들의 뜨거운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초'가 아니다. 사나이들이 가는 길. 그곳에 피할 수 없는 많은 것이 놓여 있다. 썩 스터프의 [Hate & Love]는 그 사나이들을 위한, 그리고 자신들의 오늘과 내일을 위한 음악이다. 사나이로 사는 일, 그것이 썩 스터프가 하고 싶은 말이다. 그들의 목소리로 말이다. 마초가 아닌 사나이가 되고 싶다면 어서 [Hate & Love]를 무한 반복하라. (조성호)





20. 카입(Kayip) [Theory Of Everything] (2011/Luova Factory)


그간 신전 터져나간다는 '홍대여신'만큼이나 지겨웠던 단어 가운데 '감성 일렉트로니카'가 있었다. 도대체 이 정체불명의 단어가 표현하고 싶어하는 건 무엇인가. 연역적으로 추론해 보자면 컴퓨터로 찍은 보사노바 리듬에 고양이 흉내를 내는 여자보컬이 속살대면 되는 것 같긴 한데, 나로서는 도무지 그 소용돌이 속에서 '감성'이라는 단어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의아함도 지쳐갈 무렵, 카입의 이 앨범을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앨범이 그 묘연한 단어의 해답이 되어 줄 첫 열쇠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꼼꼼하게 다듬어진 소리들이 만들어 내는 숲은 깊고 어둡고, 우리를 걷고 또 걷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은, 늘 그래왔듯 좋은 음악이다. (김윤하)


어쩌면 전형적일 수 있는 음악이지만, 그 전형을 만들어왔던 음악들만큼이나 인상적인 결과물을 담아냈다. 비록 앞서가진 못했지만, '아름답다'는 말로밖에는 설명되지 않는 앰비언트 음악이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하고 있다. '앰비언트'나 '일렉트로닉'이란 말에 겁먹을 필요 없이 시종일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전자음악이다. 아름답고, 그윽하고,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김학선)


2011 올해의 앨범

2011 올해의 앨범:


대중의 지지, 상품성, 흥행성, 작품성까지 모두 갖췄다.

NFC 결제시장,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

NFC 결제시장,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를 비롯해 이동통신사, 카드사를 중심으로 NFC 관련 서비스 준비가 한창이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서울 명동 일대를 NFC 모바일 결제 인프라와 시범 사업 구간으로 선정하고 2월10일까지 3개월간 시범서비스에 들어갔다. 신한, 삼성, KB, 현대, 하나SK 카드도 모바일 카드를 발급하면서 NFC 결제를 준비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저마다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인 ‘스마트월렛’, ‘올레마이월렛’, ‘전자지갑’을 출시해 NFC 결제 지원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 NFC 사업 준비는 겉보기엔 순조롭다. NFC를 결제를 지원하는 가맹점들이 늘어나고 ‘손 안의 지갑’ 시대가 시작될 줄 알았다. 국내 NFC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지난 한해 NFC 시장은 어땠는지를 들었다. 그러자 겉과 다른 속이 드러났다. 국내 이동통신사, 카드사, VAN사들이 NFC 결제 시장을 두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냈다. 현재 국내 NFC 시장은 서로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업관계자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혼란스럽다.



모바일 vs. 결제, 시장 두고 갈리는 사업 주체


현재 국내에는 정부기관으로는 금융위원회, 방통위, 지경부가 NFC 결제 관련 사업을 추진하거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사업자로는 결제대행업체(VAN), 이통사, 카드사, 휴대폰 제조사들이 NFC 기반한 서비스를 만들어 내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NFC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위원회는 모바일 ‘결제’ 시장이기 때문에 적절한 금융 감독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경부는 NFC 사업을 기존에 하고 있는 전파식별(RFID) 사업의 연장선이라고 판단해 뛰어들었다. 방통위와 이통사, 휴대폰 제조사는 NFC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결제 시장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활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드사와 VAN사는 NFC 결제도 모바일 ‘카드’를 활용한 시장이라며 자신들이 NFC 결제 시장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나섰다.


서로 적극적으로 NFC 시장에 뛰어든 것은 좋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지 않던가. NFC 모바일 결제 인프라 표준을 두고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랜드NFC코리아얼라이언스에 참여했던 한 은행 관계자는 “우선 행정기관들조차도 NFC를 두고 제대로 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로 주도권을 놓고 대립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여기에 ‘결제’를 두고 금융위원회 입김까지 작용하면서 기업들은 어떻게 NFC 시장에서 사업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방통위와 지경부간 표준화 논쟁은 표면화된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국내 언론들은 방통위와 지경부, 기술표준원이 비슷한 사업을 하면서 모바일 결제와 방식 표준을 두고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다룬 바 있다. 그리고 1년이 다 되가는 동안 제대로 된 결론 없이 서로 각자 NFC 관련 서비스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기관조차 제대로 된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일반 사업자들끼리는 얼마나 대립이 심했겠냐”라며 “국내 NFC 시장은 이권 다툼이 너무 심하다”라고 토로했다.


‘나’만 아니면 되는 NFC 인프라 구축 비용


결제 단말기 구축도 NFC 결제 시장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NFC 서비스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결제단말기 보급”이라며 “어떤 사업 주체가 결제단말기 보급 비용을 낼 것인지를 두고 눈치 싸움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결제단말기는 NFC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읽고 결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결제단말기 구입에 판매업체들이 지불해야 하는 돈은 1대당 20만원 정도다. 이미 신용카드 결제단말기를 갖고 있는 점주들은 추가로 비용을 들여 결제단말기를 구축하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전국에 약 200만 가맹점에 NFC를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은 총 6천억원. 실로 어마한 금액에 이통사와 카드사, VAN사는 비용 부담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NFC 시장에서 어떤 수익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구축 비용을 떠안는 위험 부담을 안기 싫다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서 이통사는 결제를 담당하는 카드사에서 구축 비용을 맡는 게 당연하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NFC 관계자들은 “이렇게 이동통신사들이 떠넘긴 구축 비용은 결국 VAN사에게로까지 이어진다”라며 “이통사, 카드사, VAN사 모두 서로 눈치만 보며 기다리다가 2011년이 넘어갔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카드사 관계자는 “결국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한해가 넘어갔다”라며 “2012년이 된다고 해서 이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고는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단 지켜보자’


그래서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권은 현재 NFC 시장을 그냥 지켜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언제 수익이 날지도 모르는 시장을 겨냥해서 상품을 출시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금융 업무에 더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선 카드사 관계자는 우선 인프라가 필요한 결제 시장보다는 ‘전자지갑’ 쪽에 초점을 맞춰서 마케팅을 기획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NFC 결제보다는 NFC와 연관된 서비스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며 “전체 카드 결제 부문에서 모바일 결제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무모하게 NFC를 통한 모바일 결제시장에 나서기보다는 스마트금융을 통한 간접적인 지원으로 방향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모바일 카드가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했을 때 발생하는 이점이 없다”라며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할인 혜택도 비용인데, 모바일 카드를 활성화할 경우에는 똑같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금융감독원이 카드 발급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고 나선 가운데 올해 카드 발급으로 인한 수익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카드 활성화에 나설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해 업무보고에서 방통위는 NFC를 7대 신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육성시키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네트워크정책국 인터넷정책과 김태순 주무관은 “명동처럼 NFC 시범사업 거점을 늘려 지방에서도 NFC를 이용한 결제가 가능하게 만들 예정”이라며 “결제 가맹점을 늘리고 버스와 지하철, 택시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시민들이 NFC를 활용한 결제를 하기엔 쉽지 않다. 명동에서도 NFC를 이용한 결제 방법을 종업원이 몰라서 처리하지 못하는 에피소드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방통위는 NFC를 지원하는 가맹점이 늘어나고, 모바일 카드 발급 사례가 증가하면 연내 1천만 NFC 결제 이용자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NFC에 대해 관심만 많고 어떻게 인프라를 구축할지 모르는 사업단체들과 함께 정부기관들이 2012년에 NFC를 활용한 결제 시장을 꽃피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날개죽지가 3년여 전부터 아프더니 이젠 자주 아프다. 도수치료도 잠깐이고 결국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어깨까지 결리고, 점차 늙어가는 육신에 통증이 더해가며 시간은 점점 빠르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