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에서 '고문'을 거론하면 연상되는 인물이 셋 있습니다. 일제 치하와 해방 공간에서는 노덕술, 5공 시절에는 이근안, 6공 시절에는 정형근 전 의원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로부터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에게는 마치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 하나 자신의 고문행각에 대해 제대로 된 사죄나 참회를 한 적도 없고, 특히 노덕술과 정형근은 응당한 죗값을 치르지도 않았습니다. 역사는 이들을 '고문기술자'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들 3인의 행적은 우리 현대사의 '고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또 부상자(?) 치료를 핑계로 이들 곁에서 고문을 묵인, 협력한 '불의한 의사'들의 반인륜적인 행위 또한 묵과해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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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의사가 불의(不義)했던 것은 아닙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당시 박군의 시신을 부검했던 부검의 황적준 박사는 경찰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자 자신의 일기장을 공개하고 사직서를 냄으로써 은폐 사실이 드러나는 데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의사회는 칠레나 필리핀처럼 사과 성명 하나 낸 적이 없으며, 고문에 협조한 의사들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한 바 없습니다. 이른바 '온정주의'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라도 의사회는 어두운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고문에 가담한 의사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 의사회 차원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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